우리 가족의 첫 번째 해외여행을 계획하며 참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20개월 짜리 아이와(+17주 태아) 함께 가는 여행이기에 어떻게 짐을 꾸려야 할 지도 난감했고
아이 위주로 짐을 싸되, 되도록 가방의 부피를 줄여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준비물 목록을 짜는 데도 한참이 걸렸지요.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준비를 했을지 궁금해서 검색 사이트에서 여러 글들을 찾아 읽어도 봤는데요,
대부분의 글들이, 요약하자만 '짐은 애물단지니 무조건 최소화하자'더라고요.
그, 러, 나!!!
제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태교 여행 겸)가족여행을, 그것도 해외로 가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어쩌다 한 번 큰 맘 먹고 비행기 타는 거잖아요,
그러니 집에서는 지지리 궁상에 추레 그 자체였더라도 여행지에서 만큼은 '엄마'도 누구 못지 않게
돋보여야 된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남편이야 뭐,,, 그렇다 쳐도(?) 아이도 준비를 철저히 하고 말예요.
제가 읽었던 다른 엄마의 글에서는 외국에 패션쇼 하러 가냐며 옷도 단촐하게 가져 갈 것을 주장하고 있었지만
저는 아침 저녁으로 갈아 입을 수 있도록 옷도 넉넉하게 준비해서 갔답니다.
사실 더운 나라로 가는 여행은 옷을 많이 챙겨봤자 부피가 그리 크지도 않아요.
'여행지에서 화려하고 예쁘게'를 이번 가족 여행의 컨셉트로 잡으면서도
지혜롭고 실속있게 여행가방을 싸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물을 다른 분들께도 귀띔해 드리고 싶어요.
그럼 더운 나라로 떠나는 4박 6일 동안의 제 여행가방 속을 좀 드려다 보실래요?
# 화장품 가방 꾸리기 #
'여행지에서까지 색조 화장을 하다니, 촌스럽다!'고 말씀하실 지도 모르지만
사실 늘상 집에만 있는 아줌마들에게는 풀메이크업을 할 기회가 별로 없답니다.
모처럼 떠난 황금같은 여행지에서는 밥도 청소도 안 해도 되니 그 시간에 '화장'을 좀 하자고요!!
그동안 모아 두었던 샘플 꾸러미들을 활용할 기회가 왔습니다.
( 결혼식 이후 처음으로 손톱관리도 받았어요!)
저는 샘플로 비비크림 5ml, 스킨, 로션 3ml 각각 2개씩, 클렌징젤 & 폼 & 아기샴푸(날짜 만큼)를 가져 갔고,
다만 선크림은 저랑 아이 거 둘 다 정품으로 가져 갔어요.
그리고 휴대용 파우더, 아이섀도우 하나, 아이라이너, 아이브로우, 마스카라, 립글로스, 블러셔도 챙겼어요.
가장 중요한 수분 크림은 집에서 쓰던 거 2/3 이상이 남은 큰 통을 가져 갔답니다.
아이 로션도 집에서 쓰던 큰 통으로 가져갔어요. 아, 마스크팩도 두 장 넣었고요.
꽤 많아 보이지만 어차피 샘플들은 다 쓰고 버리고 오는 거니까 생각보다 가볍고요,
여행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외선 차단과 수분 공급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 만큼은 철저히 준비했어요.
특히 수분 크림은 한 통 다 쓰고 온다는 생각으로 팍팍 발라야 해요.
아이도 수시로 로션을 발라주어 건조하지 않도록 엄마가 관리를 해 줘야 되지요.
출국, 귀국시 비행기에서도 발라 주어야 되니 수분 크림은 따로 챙겨서 가지고 타세요.
# 예쁜 옷 챙겨 가기 #
저는 이번 여행을 위해 따로 준비한 옷은 없고요,
대신 옷방을 샅샅히 뒤져서 가장 편하면서도 예쁜 것들로만 골라 챙겨갔답니다.
여행지의 성격에 맞게 바닷가가 많으면 거기에 맞게 길고 하늘 거리는 원피스류와 시원해 보이는 민소매류를,
저처럼 도시에 머무는 시간이 많으면 화려하면서도 편안한 옷들을 넣어가는 것이 좋은데요,
제가 원피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코디 생각 않고 하나만 입어도 되고 무엇보다 편하기 때문이에요.
둘째 임신이라 배가 하루가 다르게 많이 나오는데 바지류는 좀 불편하거든요.
미리 공부하고 계획했던 것에 따라 여행 첫 날에는 싱가포르의 번화가 클라키에 갈 것이었으므로
블링블링한 원피스를 입고 기분을 좀 냈어요.
배가 볼록 나와서 좀 웃기기는 하지만 그래도 클라키의 화려한 밤 풍경과 잘 어울리지 않나요?
아, 그리고 # 신발 # 이요.
이번 여행에 신발은 총 세 켤레를 가져 갔어요. 운동화, 구두, 그리고 슬리퍼요.
아이 신발은 앞이 막힌 슬리퍼(양말을 신겨서 슬리퍼를 신겨야 다칠 염려가 없어요.), 운동화를 가져 갔고요.
근데 구두는 딱 한 번밖에 못 신어서 조금 후회되는 준비물이기도 해요.
저희는 크루즈 여행을 갔는데 저녁 식사 시간에 정장을 입는 시간이 있어서 따로 준비해 간 것이었어요.
구두는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있으면 좋은 준비물이니 가방의 여유를 보고 결정하세요.
여행 일정상 하루 종일 걸어다녀야 할 때에는 맨다리에 슬리퍼를 신었어요.(바지를 입었을 땐 양말 신고 운동화)
걷기엔 운동화가 더 좋기는 하지만 원피스에 운동화라니 좀 안 어울리잖아요.(양말도 넉넉히)
조리를 신었음 더 예뻤을 것 같지만, 제가 조리를 한 번도 안 신어 봤기 때문에 슬리퍼를 챙겨간 것이랍니다.
조금 더워 보이더라도 아이도 운동화를 신는 것이 더 편하고 안전하니까
운동화와 슬리퍼를 함께 가져 가세요.
다시 클라키예요.
블링블링한 제 옷이 밤이 되면 더 화려해지는 클라키와 정말 잘 어울리지요?
클라키는 외국인 여행객 뿐만이 아니라 싱가포르 사람들도 참 많이 놀러 오는 곳인 것 같았는데요,
현지 사람들일 수록 더 차려 입은 것 같았어요.
저렇게 불빛이 휘황찬란한 곳에서 면티셔츠를 입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여행지에선 패션쇼도 필요하답니다.
# 아이 옷 # 은요,
제 옷은 부피가 작은 옷으로 장소에 맞추어 적당히 준비했잖아요, 아이 옷은 좀 달라요.
아이 옷은 가능한한 많이, 긴 옷도 많이, 겨울 옷도 챙겼어요.
관광객이 많은 더운 나라에선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기 때문에 아이가 감기에 걸리기 쉽고
아이들은 뭐 하나 먹고 나면 꼭 옷을 더럽히기 때문에 되도록 넉넉하게 준비해서 가야 당황스럽지 않아요.
긴 점퍼를 가져 가면 비행기, 호텔 등에서 추울 때 입히기 좋지요.
실제로 저희가 탔던 싱가포르 항공과 싱가포르 내 호텔은 에어컨 탓인지 꽤 춥게 느껴지더라고요.
긴 옷 한 벌도 휴대 가방에 넣어 두셨다가 적절한 상황에 맞추어 입히시면, 백점 엄마지요.
어른들은 낮 동안엔 좀 추워도 크게 문제 될 일이 없으니 아이만 신경 쓰셔도 될 거예요.
다솔이는 두께별로 넉넉하게 옷을 준비해 갔기에 적재적소에 맞게 옷을 잘 입힐 수가 있었는데요,
위 사진 중 왼쪽은 크루즈의 밤이고, 오른쪽은 배에서 내려 기항지 투어를 할 때에요.
두 사진의 옷이 다 긴 옷이라 똑같아 보이시겠지만, 저 옷들에도 차이가 있답니다.
크루즈의 밤은 바닷 바람과 에어컨 때문에 약간 쌀쌀하게 느껴지므로 밤에는 도톰하면서도 긴 옷을 입혔고,
기항지에서는 햇볕이 너무 뜨겁게 내리쬐기 때문에 얇으면서도 긴 옷을 입혔어요.
위 사진은 각각 떠날 때(왼쪽)와 돌아올 때(오른쪽)랍니다.
떠날 때는 집에서 오전 6시가 되기 전에 나서야 했기에 아이에게 겨울용 외투를 입혀 따뜻하게끔 도왔고요,
돌아 올 때는 밤 비행기라 공항과 비행기 안이 더 춥게 느껴졌기 때문에 또다시 겨울 옷을 입혔어요.
저도 가디건을 준비해서 아이와 똑같이 입었고요.
갈 때와 올 때의 아이 상태가 별 차이 없이 비슷하지 않나요?
여행하는 내내 아이 피부의 보습과 자외선 차단을(물론 먹거리도) 신경 쓴 덕에
첫 해외 여행을 건강하게 마칠 수 있었답니다.
수영복도 빼 놓을 수는 없죠!
싱가포르 크루즈에서는 유아 풀장에 들어갈 때 수영 기저귀를 못 차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기저귀를 벗고 수영장에 들어갔답니다.
우리 다솔 군, 수영장에서 몰래 쉬한 건 아니겠지?
다음으로 모자와 선글라스도 필수예요.
햇볕이 뜨겁기 때문에 모자를 잘 쓰는 것이 건강 유지에 중요한데요,
아이 모자는 목까지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준비했어요. 이왕이면 창이 넓어서 해를 더 많이 가릴 수 있음 좋죠.
선글라스도 멋내기에도 좋고 눈 보호하기에도 좋으니 꼭 가져 가세요.
크루즈 여행에서는 저녁 식사 시간에 정찬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요,
에피타이저부터 후식까지 갖추어서 나오고 세 명의 웨이터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을 수 있어 정말 좋답니다.
대신 손님들도 그에 맞는 옷차림을 하는 것이 좋은데,
저희 식구들은 다솔 아빠는 정장을, 저는 원피스를, 다솔이는 한복을 준비해 갔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솔이의 옷차림에 감탄을 하고, 같이 사진 찍기를 원하고, 말이라도 한 마디 걸고 지나갔답니다.
그들 눈에 우리 한복이 얼마나 예뻐 보였겠어요?
기회가 되신다면 아이용 한복은 가벼우니 꼭 챙겨 가시길 권해 드려요.
제가 입은 원피스는 다솔이 돌잔치때 입으려고 산 옷인데요, 크루즈 정찬 때도 딱이었어요.
(임신 17주 때라) 배 부분이 약간 작긴 했지만 그럭저럭 입을 수 있었답니다.
문제의 구두가 사진에 등장했네요. 첫 날 여행할 때 맨발에 신었더니 땀이 차서 슬리퍼로 갈아 신고
이 때 딱 한 번 신었어요. 구두 덕에 스타일이 살긴 했지만 좀 비효율적이었죠.
# 커플룩 #
남편과 오랫만에 깨소금 분위기 좀 내 보고자 커플 바지를 가지고 갔어요.
이번 여행 중에 한국 사람을 딱 세 명 만났는데요, 그 중 한 분이 한국분이시죠? 하며 말을 걸었었는데,
커플 바지를 보고 알았대요. 외국인들은 절대 똑같이 옷을 맞춰 입는 옷은 없다며...... .
배기 바지는 각각 사 두었던 바지가 분위기가 비슷해서 맞춰 입게 됐는데 꼭 똑같은 옷이 아니더라도
우린 가족이요~ 하는 분위기가 나도록 옷차림을 연출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4박 6일 동안의 짧은 여행이어서, 대부분의 준비물들이 옷이었네요.
저희는 20개월 짜리 아들이 있어서 아이용 물건들이 몇 가지 더 필요했었는데요,
아이와 여행하시는 분들이 참고하시라고 아이 물건들을 더 상세히 알려 드려요.
해외여행시 챙겨야 할 아이 준비물
기저귀-- 하루에 6개씩 * 6일= 36개. 기저귀 한 묶음을 그대로 가져 갔어요.
어차피 처음에만 부피가 컸지 나중에는 쓰고 없어질 것이니까요.
물티슈는 쓰던 걸로 두 개를 가져 가는 편이 휴대하기에도 편하고 좋답니다.
비상약-- 해열제, 체온계, 밴드, 상처에 바르는 약.
간식류-- 사탕, 캐러멜, 과자 간식은 늘 가방에 챙겨서 다시셔야 해요.
그래야 아이가 칭얼댈 때나 허기를 급히 달랠 때 바로 꺼내서 먹일 수 있어요.
조금 지쳤는지 칭얼대다가도 좋아하는 간식을 줬더니 저리도 정신 없이 먹어 치우는,
귀여운 다솔 군이에요.
다솔이를 위해서 즉석밥과 김을 준비해서 갔었는데요, 뜯지도 않았답니다.
외국에도 아이들이 있으니 유아식을 먹는 정도의 나이면 그 나라 음식도 다 먹을 수 있더라고요.
떠나기 전에는 음식 걱정도 꽤 컸었는데 막상 가 보니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자, 이제 모든 여행이 끝나고 이제 귀국하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공황 화장실에서 화장을 말끔히 지워내고, 지친 피부를 위해 마스크팩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도 손수건을 따끈하게 빨아서 얼굴과 팔에 남아 있는 선크림을 깨끗하게 지우고 로션을 듬뿍 발라주었어요.
제가 보여 드린 저의 여행가방 속 이야기가 유용하셨나요?
정말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만큼 재미있었던 여행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여행지에서 만큼은 '아름답게 돋보이는' 엄마이고 싶은 일레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