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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이 이야기 뿐이네요.
잠깐 장을 보러 나갔던 마트에서도, 인터넷에서도, 모두들 서태지와 그녀에 관한 이야기 뿐이에요.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싶어도 저도 막지 못할 궁금증에 저절로 귀가 쫑긋, 눈이 번쩍. 제가 서태지와 서태지의 결혼, 그리고 이혼에 관한 이야기에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 까닭은 그의 오랜 팬이었기 때문이에요.

맨 처음 '이혼소송' 기사를 봤을 땐 낚시성 글이겠거니 했어요. 서태지와 이지아가 이혼 소송을 한다. 무슨 영화 속 한 장면이겠거니, 이 기자 성공했네 또 이렇게 한 명을 낚는구나, 하면서도 오랫만에 들려 온 서태지의 소식에 뉴스를 클릭했지요. 그런데 이건!?? 기사 내용을 다 읽고서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도 믿을 수도 없었어요. 말이 안 되잖아요, 이지아와 이혼이라니요!

서태지가 결혼을 했었다는 사실도 속상할 일인데 상대가 평소 탐탁지 않게 여겼던 여배우라니 너무 속이 쓰리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지요. 서태지가 데뷔했던 1992년부터 그의 열광적인 팬이었기에 저는 당연히 팔이 안으로 굽었습니다.

감히, 네가 태지 님과 결혼까지? 그랬으면서 정우성과 열애라니, 있는 욕 없는 욕을 다 퍼부었었지요. 서태지 팬들이 원래 그랬어요. 예전에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양현석과 가장 어울리는 여자 연예인은 누구누구, 이주노는 누구누구와 맺어졌으면 좋겠어요. 하면서도 서태지는 영원히 혼자서 우리들과 함께 살아야 해요! 라고 입을 모아 외쳤던 사람들이 서태지 팬이에요.(정작 자기들은 다 결혼할 거면서.)

그러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서태지와 그녀의 결혼 이야기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제 마음의 저울이 서태지의 그녀에게도 너그러워졌습니다. 그녀가 서태지와 처음 만났다는 해(93년), 서태지와의 결혼이 벌써 10여 년 전인 1997년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지요. 서태지도 물론 그랬겠지만 그녀도 참 힘들었겠구나...... 싶었습니다.

93년이면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서태지의 그녀가 중학교 3학년 때예요. 제가 그랬듯 서태지의 그녀도 '난 알아요'를 듣고 이 다음에 꼭 서태지와 결혼을 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고 들었습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지만 빼 놓고는 모든 이름 쓰는 란에 '서태지 부인'이라고 써 놓았던 제 모습과 비슷했던 것이지요. 우리가 만나지 못해서 그렇지 단 한 번만 서태지가 나를 만난다면 우리는 운명처럼 서로를 알아 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때에, 서태지의 그녀는 정말로 그를 만났고 소원을 이루었더라고요.

은퇴 후 97년에 그 둘은 다시 만났고 결혼을 했대요. 서태지는 은퇴를 하면서도 다시 돌아올 날을 기약하고 있었나요? '살이 내리고 뼈를 깎는' 창작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은퇴한다고 밝혔던 그 때, 결혼을 했으면 그냥 그렇다고 다 이야기 했으면 좋았을 것을. 우리 팬들은 그래도 이해해 주었을 것을...... .

서태지의 그녀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과 평범한 삶을 누리고픈 '욕심'(우리에게는 일상이 그녀에게는 욕심이 돼 버리네요.)이 그녀라고 왜 없었겠어요? 늘 남의 눈을 피해서 생활해야 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지내야 했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요?

우리에게는 그 둘의 잘잘못을 따질 권리가 없어요. 97년부터 지금까지 그 두사람의 이야기를 누가 다 알고 이해할 수 있겠어요? 그저 침묵하는 것, 기다리는 것 밖에는 서태지의 오랜 팬인 저도 다른 할 수 있는 일이 없네요. 다만 처음부터 다 공개하고 서태지 1집을 시작했더라면 두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듭니다. 서태지의 오랜 팬으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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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내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찬란한 유산'의 여운을 가지고서 후속 드라마 '스타일'을 봤다. '스타일'이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김혜수와 류시원의 출연으로 방송되기 전부터 각종 매체에서시끌벅쩍 하더니, 드디어 8월 1일 첫방송을 선 보였다. 천방지축 잡지사 에디터 서정을 중심으로 화려하게만 보이는 패션잡지사의 일과 사랑이야기를 다루게 될 '스타일'은 나 또한 굉장히 기다렸던 드라마이다. 단순히 드라마의 출연진이 좋아서도 아니고 화려한 예고편에 반해서도 아니다. 나는 이미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부터 '스타일'의 팬이었기 때문이다.

언제였던가 퇴근길 지하철에서 심드렁하게 무가지 신문을 읽다가 1억원의 고료를 받았다는 소설 '스타일'에 관한 내용을 보게 됐다. 1억! 그 신문 광고에서는 1억이라는 돈과 스타일리시하게 서 있는 여자의 뒷모습 그림(책의 표지이다.)만을 너무 강조해 놓았기에, 처음 그 내용을 읽었을 땐 '스타일'이 그냥 저냥한 소설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었다. 작가가 그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피땀흘려 노력했을까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1억이라는 상금만을 질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역시 광고의 효과는 대단한 것이어서  별다른 관심 없이 흘려버린 정보였는데, 매일 아침 저녁으로 소설 '스타일'의 광고를 보게 되니까(무가지 신문은 출퇴근길의 동반자 아니던가.) 슬슬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광고를 읽어보니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란다. 1억이라는 상금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문학상 수상작이라니, 솔깃했다. 나처럼 학창시절을 열등하게 보냈던 사람들은 '상'이라고 하면 왠지 더 그럴싸해 보이니까 말이다. 그러던 중에 서점에 들를 기회가 있어서 나는 신문 광고가 아닌 실물로 소설책 '스타일'(백영옥 저)을 만나게 됐고, 어떤 내용인지 조금만 읽어보겠다고 펼친 책장을 도저히 덮을 수가 없을 정도로 그 소설에 몰두하게 됐다.

문학상을 받은 소설이라고 하면 너무 어려워서 도대체 작가가 어떤 의도로써 그러한 소설을 썼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을 때가 너무나 많다. 솔직히 '재미없다'라고 평을 하고 싶지만 권위있는 문학상을 받은 소설에게 감히 그렇게 말하지는 못하고 나의 무지함을 자책하면서, 용케 끝까지 다 읽어냈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그저 책꽂이에 장식품으로 꽂아두게 된다. 그런데 '스타일'은 많이 달랐다. 일반적인 20~30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흠뻑 빠질 정도로 소설은 재미있었다. 약속 시간은 다가오고 읽던 책을 덮을 수는 없어서 당연히 나는 그 책을 사서 집으로 돌아온 후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스타일'을 드라마로 만든다는 소식은 걱정반 기대반이었다.


정이현의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가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씁쓸하게 지켜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오은수역이었던 최강희의 패션 스타일 덕에 처음에는 뭇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듯 하더니, 원작의 감동은 이미 사라지고 내용이 점점 산으로 가다가 결국 처참하게 마무리 되는 모양을 고스란히 지켜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 드라마는 '최강희 머리'라는 검색어만을 히트 시키고 시청자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백영옥의 소설 '스타일'이 드라마화 된다는 말에 걱정이 더 앞섰다.

스타일 1회를 보고 나니 우려가 현실이 되어 버린 것 같아서 너무 실망스러웠다. 이제 1회인데 내가 너무 빡빡하게 구는 지도 모르지만 어디에도 원작이라던 백영옥의 '스타일'은 없었다. 고작 잡지사라는 공간의 배경과 등장인물의 이름만 같았지 책 어디에도 없는 에피소드로 1회를 구성했다. '찬란한 유산'의 시청률이 너무 부담스러웠는지 볼거리만을 잔뜩 뿌려 둔 느낌이었다. 어깨에 힘만 잔뜩 들어갔지 구성도 엉성하고 인물들의 성격도 종잡을 수 없었으며 비현실적인 내용이 너무 많아서 공감할 수도 없었다. 처음에 강렬한 인상을 주려는 시도였는지 초반이라서 연기자들이 캐릭터를 제대로 잡지 못했는지 너무 어수선했다.


1회를 보고 나서 느낀 점은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과장됐다는 것과, 김혜수가 예쁘고 멋지다라는 것 밖에는 없다. 이 드라마도 김혜수의 패션 스타일만을 히트시키고 말 것인지 너무 걱정스럽다. 조금 더 지켜 봐야겠지만 산만의 도가 지나친 '스타일' 1회 출발이 너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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